(3) 지옥같은 전공의 생활과 신대원 공부 병행했지만…

사회적 영향

(3) 지옥같은 전공의 생활과 신대원 공부 병행했지만…

관리자2 0 2,994 2019.12.21 06:52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왼쪽)이 2004년 2월 서울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로 재직할 때 한국 가정의학 창설자인 윤방부 교수와 함께했다. 염 원장은 당시 감신대 신대원에 다니고 있었다.

입력 : 2019-11-05 00:05


[동성애에 맞선 하나님의 의병] 

(3) 지옥같은 전공의 생활과 신대원 공부 병행했지만… 


호스피스 의사가 되기로 하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복음을 효율적으로 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목회자가 돼야 한다는 감동이 있었다.


‘그래, 야간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 안수를 받는 것이 좋겠다.’ 알아보니 서울 세브란스병원 근처인 서대문 감리교신학대 신대원에 야간 과정이 있었다.


2001년 12월 하나님께 집중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만일 제가 목회자가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면 붙여주시고, 당신의 뜻이 아니면 반드시 떨어뜨려 주세요.” 간절히 기도하고 시험을 보러 갔다. 감신대 신대원 입학시험으로 영어와 성경고사를 봤다. 영어는 그럭저럭 봤지만, 문제는 성경고사였다. 신대원 성경고사는 전문적인 준비를 해야만 풀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


교회에서 조금씩 성경공부를 한 수준이어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성경고사 시험지를 받아본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동안 예배시간에 들었던 목사님의 설교가 교회 홈페이지를 여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것이었다.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성경고사 답안지를 작성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2002년 3월 신대원에 입학한 날부터 한숨도 못 자고 배를 쫄쫄 굶는 훈련이 시작됐다.


당시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생활은 강행군이었다. 2일을 근무하고 잠시 저녁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형태였다. 48시간 당직실에서 지내며 두 가지 업무를 수행했다.


첫째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수시로 회진하는 것이었고, 둘째는 응급실에 온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진료하는 것이었다. 48시간 눈을 뜬 채 긴장하는 삶이 이어졌다. 휴식시간은 사실상 없었다.


다른 전공의들은 이렇게 철야 근무를 하고 나면 녹초가 돼 저녁에 잠깐 집에 가서 식사하고 눈을 붙인 뒤 병원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나는 집 대신 감신대 신대원으로 향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비몽사몽 간에 오후 7시 강의실에 도착하면 20여명의 신대원생들이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졸기라도 하면 민망할뿐만 아니라 교수님께도 큰 실례였다. 커피를 계속 들이켜면서 수업을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에 가서 세수하고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졸음을 쫓았다. 수업은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그리고 곧바로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야간에 주 2~3회 신학교를 가야 했으니 취침과 휴식시간은 아예 포기한 것이었다.


감신대 교수님들은 이런 나를 유심히 지켜봤다. “염 전도사님, 감신대 역사상 전공의가 신대원에 입학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정말 졸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주님께서 도와주시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동기 전도사님들도 전공의가 공부한다고 하니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수업을 마치면 붉게 충혈된 눈을 비비며 다시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다.


그렇게 전공의 생활과 신대원 공부를 2년간 병행했다. 3년째에는 공중보건의사가 되기 위해 논산훈련소에 입소하는 바람에 1년 휴학을 했다. 감사하게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 배치됐다. 그때는 응급실 과장을 맡았기 때문에 24시간 꼬박 근무하고 48시간 휴식하는 근무시스템이었다.


응급실에 근무하면서 2005년 복학했다. 휴식시간을 쪼개 신학 공부를 하면서 서울 구파발 임마누엘교회 전도사까지 맡았다. 청년부 전도사로 전도 활동과 성경공부를 직접 인도했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다. 그렇게 하루를 48시간처럼 보내면서 졸업 때는 성적우수장학금까지 받았다.


2006년 2월 감신대 신대원 졸업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이었다. 같이 공부하는 전도사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염 전도사님, 혹시 목사 안수받으실 생각이세요?” “아니, 당연히 목사 안수를 받으려고 여기에 왔죠. 하나님께서 불러주셨으니까요.” “저런, 우리 교단 방침을 잘 모르고 계셨군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에선 이중직이 허용되지 않아요.” “네?”


기감에서 목회자가 다른 직업을 갖는 이중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염 전도사님, 교단 방침이 그렇긴 하지만요… 방법은 있어요.” “아, 그게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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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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