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이 2000년 2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수련과정 시절 업무를 보고 있다.
[동성애에 맞선 하나님의 의병]
(2) 말기암 환우 구원 돕는 ‘호스피스 의사’ 되기로 결단
입력 : 2019-10-29 00:05
주님은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외롭고 열등감이 컸던 소년을 만나주셨다. 의료선교사가 되겠다고 서원 기도를 하고 1993년 수학능력시험을 쳤는데 정말 의대 진학이 가능한 점수가 나왔다. 연세대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으니 이제 서원을 갚기 위해 반응해야 할 차례가 됐다.
95년 겨울방학을 이용해 선교사 훈련을 받기 위해 인도와 스리랑카 정글로 들어갔다. 스리랑카는 인도 바로 아래에 있는 섬나라였기에 두 나라를 대상으로 두 달간 선교를 계획했다. 감리교선교교육원 소속 선교지망생들은 강도 높은 선교훈련을 위해 정글 지역을 다니면서 문명과 동떨어진 시골 부족을 대상으로 전도 집회와 노동 봉사를 했다.
원주민들은 소똥으로 만든 집에 살고 있었다. 전기나 수도가 없이 수천년간 살아오던 방식 그대로였다. 선교지망생들이 마을을 다니면서 ‘기적의 공연’(miracle show)을 광고했는데, ‘이 공연을 보면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소경이 눈을 뜨는 등 기적이 일어난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마을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설마 먼 나라 코리아에서 온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평생 외국인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동네여서 이번 기회에 외국인을 실컷 구경해보자는 분위기 같기도 했다.
정글 마을에는 강당이나 마을회관이 없었다. 흙바닥에 김장비닐을 깔면 그 김장비닐이 무대 겸 강대상이 됐다. 그 위에서 예수님을 알리는 드라마와 워십을 했다. 복음을 전한 후 병 낫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더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정말로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온갖 병들이 씻은 듯이 낫는 것이었다. 평생 병원 한 번 가볼 수 없는 밀림 오지에 역사하시는 성령님의 긍휼하심이 치유로 나타난 것이었다.
비록 선교훈련생들은 미숙했고 여러 면에서 준비되지 않았지만, 인도 스리랑카의 정글에 사는 가난한 이들을 하나님께서는 강권적으로 만나셨다. 이런 역사를 체험하니 선교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게 하나님을 평생 만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평생을 하나님께 드리는 선교사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마음속에 다른 감동을 주셨다. ‘너를 해외선교사로 쓰지 않고 다른 사명을 예비해 놨다.’ 그때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사명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하나님께서 해외선교사가 아닌 사회선교사로 부르셨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사회가 어두워지고 위기에 빠졌을 때 성령님의 능력을 받아 사회의 깊은 곳까지 들어가 시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사회선교사의 사명이다. 사회선교사가 이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면 그 시대는 살아난다. 하지만 그 사명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그 사회는 종말을 맞게 된다.
소돔과 고모라를 생각해 보자. 소돔과 고모라는 교회공동체가 아니라 일반사회였고 도시국가였다. 그런데 동성애 문제로 일반사회이자 도시국가였던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했다. 동성애 문제는 개인 혹은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몰락 여부를 결정하는 중대한 문제였다.
2000년 2월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수련과정을 거쳤다. 어느 날 밤에 걸려온 응급실의 호출전화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응급실에서 전화드립니다. 말기암 환우가 응급실에 오셨습니다. 가정의학과에서 입원을 받아주십시오.”
응급실로 달려갔다. 온몸이 황달로 노랗고 복수가 차서 배가 개구리처럼 불러 있는 환자가 신음하고 있었다. “아아악.” 암성통증의 극심한 괴로움을 호소했다.
신음하는 말기암 환우를 보면서 번뜩 이런 생각이 스쳐 갔다. ‘땅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바로 말기암 환자에게 해당하는 게 아닐까.’ 응급실에 온 말기암 환우는 시간의 땅끝에 매달려 있었다. 그 순간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는 예수님의 지상명령이 말기암 진료를 통해 복음을 전하라는 명령으로 들렸다.
한국은 매년 8만명이 말기암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시간의 땅끝에서 매년 사라지는 8만명 중 복음을 만나는 분들은 천국으로 간다. 하지만 복음을 듣지 못한다면 곧바로 지옥으로 직행한다.
‘아,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복음의 마지막 그물을 내려 사람을 낚는 어부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자리가 나의 자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의사 중에 가장 돈을 못 버는 의사 중 하나인 호스피스 의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들었다.
염안섭 수동연세요양병원장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