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가르쳐야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전한 성문화 가능
임수현 전문의가 지난달 9월 한국성과학연구협회 정기모임에서 강의하고 있다. 성과연 제공
자녀의 자위행위를 알게 되면 부모들은 대부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조언을 해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최근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의 자유를 강조하는 흐름에서는 자위를 그다지 문제 삼지 않는다. 성적 자기만족, 자신의 몸에 대한 이해, 성적 성숙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심지어 권장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학교와 가정에서 자위를 교육할 때 건강에 해가 없다고 가르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정확한 지식 전달을 통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자위는 자신만을 위해 혼자 하는 성적 쾌락행위로 사랑의 대상이 없는 불완전한 성행동이다. 남녀 모두 일생 때때로 행하는 광범위한 현상이며 대개 성욕을 해결하는 정상적인 적응적 행동의 하나로 본다. 소아기에도 성기를 자극하는 행동이 나타나지만, 이는 신체를 탐구하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 때문에 이뤄진다. 사춘기에는 성적 욕구가 증가하면서 이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자위가 빈번해지고 흔히 성적 공상이 동반된다. 자위는 결혼 후에도 성행위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또는 배우자가 없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자위행위에 대해 윤리적으로 엄격하게 비판하는 것은 죄책감을 줄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 자위는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가 아니며 자연스러운 성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 자체를 문제시할 필요는 없다. 더구나 청소년은 왕성한 성적 욕구를 느낄 수 있지만 과중한 학업과 당장 결혼할 수 없는 등의 이유 이를 해소할만한 경로가 상당 기간 차단됨을 이해해야 한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이 자위를 하도록 권장한다든지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은 옳지 않다. 자위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권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에게는 성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무분별한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도 따른다. 따라서 성충동에 사로잡혀 매번 자위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2000년 젊은 남성 군인을 대상으로 자위와 성행동의 연관성을 조사한 국내 논문에 따르면 자위를 이른 나이에 시작할수록 자위 횟수가 많았고 성관계 및 성병 경험 비율이 높았으며 첫 성관계 연령이 낮았다. 즉 자위를 일찍 시작할수록 성적 행동이 활발해지고 그에 따라 성병에 걸릴 확률도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둘째, 자위를 할 때 음란물을 보면서 하는 경우가 많다. 강한 시각적 자극과 함께 자위를 자주 한다면 음란물중독에 빠질 우려가 있다. 반대로 음란물을 자주 접하면 성충동이 생기고 과도한 자위로 이어질 수 있다. 음란물 시청으로 인한 수많은 발기 경험이나 빈번한 자위는 점차 쾌감을 감소시키고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으로 이어져 성기능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불안감과 죄의식 상태에서의 자위행위는 조루증을, 성교와 다른 감각의 자극을 사용하거나 과도한 빈도로 자위를 하면 지루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셋째, 습관적으로 자위를 하다 보면 음경에 상처가 생길 수 있고 자위 시 통증을 느낄 수 있다. 간혹 자위 후 감돈포경(포피가 귀두 후방으로 젖혀진 뒤 정상위치로 환원되지 못하는 상태)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귀두에 괴사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자위가 병적으로 될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자위가 성욕의 해소 수단이 아니라 다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가 느껴지면 자동으로 자위행위를 하는 병적 상태를 강박적 자위라 하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개인의 행동은 습득한 정보뿐만 아니라 가치관이나 신앙적 배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탠 존스는 “자위가 악한 행위는 아니지만, 깨끗한 양심으로 즐길 수 있는 하나님의 축복도 아니다. 자위는 개인의 쾌락에만 이기적으로 몰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결혼 안에서 남녀가 친밀과 배려로 거룩하게 연합하게 하고 생명 창조에 동참할 수 있는 선물로 성을 주셨다. 반면 자위는 사랑과 인격적 관계가 없으며 생명과 무관한 자기중심적인 행위이다. 자연스러운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문제 되지 않는 최소한의 자위에 대해선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되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아름다운 성생활뿐만 아니라 건전한 성문화를 위해선 절제가 요구된다. 성경적 윤리와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올바른 성교육도 필요하다.
임수현(비뇨의학과 전문의)
약력=한국성과학연구협회 정회원, 성균관대 의대 외래교수, 온누리교회 안수집사, 비뇨의학과 전문의
[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