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연합감리교회 정책에 반대 스스로 교단 탈퇴한
광야교회
이름·예배당 뺏기고 ‘셋방살이’
미국 하와이 광야교회 성도들이 지난해 9월 닐 브레이스델 공원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있다.
26일 오후 3시(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갈보리오순절교회. 벽에 부착된 에어컨 3대가 ‘윙윙’거리며 돌아갔다. 예배시간이 되자 ‘성경을 지킵시다’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성도들이 두 손 들고 ‘우리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여’를 힘차게 불렀다. 귀에 통역기를 착용한 미국인 4명도 눈을 감고 찬양을 따라 불렀다.
강단에 선 한명덕(61) 목사는 “탕자가 아버지 집에 돌아가지 못했던 것은 양심의 가책이나 재산탕진 때문이 아니라 아버지가 어떤 분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집 나온 아들이 다시 아버지의 아들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면서 “그것은 그냥 아버지께로 가면 된다”고 했다. 여기저기서 “아멘” 소리가 났다.
하와이 광야교회(구 하와이 베다니한인연합감리교회)는 소속 교단의 친동성애 정책에 반대하다가 예배당과 교회 이름까지 뺏겼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는 들판에서 ‘광야’ 생활을, 지난 3월부터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미국연합감리교회(UMC)가 2016년 동성애자 감독을 세우고 지난해 11명의 감독이 공개적으로 동성애를 지지하면서부터다. 참다못한 한 목사와 성도 80여명은 지난해 9월 교인 총회를 열고 ‘성경과 믿음을 지키고, 더 이상 동성애 문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며 UMC 탈퇴를 결의했다.
한 목사는 “중세 교회의 면죄부 판매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면서 “당시 교회는 면죄부를 팔아도 문제되지 않을 정도로 영적으로 타락하고 성경의 권위도 무너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성경에서 금하는 동성애를 허용하고 목사 안수는 물론 감독까지 세운 UMC 상황은 어떤 것 같으냐”면서 “성경을 지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레즈비언 감독을 제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교단 정책에 반대한 대가는 혹독했다. UMC 캘리포니아-퍼시픽연회는 ‘감리교 정책·지시 불복종’을 이유로 한 목사를 전격 제명했다. 성도들이 5억원 넘게 헌금해 마련한 예배당에도 쇠사슬이 감겼다. 한 목사의 의료보험과 연금이 중단됐고 교회 부동산과 금융계좌도 모두 폐쇄됐다.
성도들은 소송 대신 광야의 길을 선택했다. 하와이 진주만이 보이는 닐 브레이스델 공원에서 예배를 시작한 것이다. 성도들은 오전 7시부터 십자가를 세우고 가로수에 영상 자막을 걸었다. 마이크와 스피커 등은 승합차로 날랐다. 하지만 그마저도 UMC 재산이라는 이유로 뺏겼다. ‘광야’ 예배는 6개월간 진행됐다.
권나나(60·여)씨는 “지난해 9월 주일 예배당에 쇠사슬이 채워진 모습을 보고 얼마나 충격받았는지 모른다”면서 “성경 말씀에 순종하며 광야 생활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공원과 셋방에서 예배드리는 교회가 천국이었다”고 회고했다.
새벽기도회는 작은 교회를 빌려 드렸다. 하와이 이민 사회에 이 사실이 알려지자 뜻을 같이하는 성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김효정(39·여)씨는 “한 목사님이 성경의 진리를 지키기 위해 목회자 연금 등을 과감히 포기했다는 소문을 듣고 ‘저 교회는 진짜’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동성애 문화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광야교회의 서러움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예배당 소유자인 갈보리오순절교회와 공간사용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2주 내로 나가 달라”는 통보까지 받았다.
한 목사는 “신앙생활의 기반은 성경인데, 교회가 성경을 부정하면서까지 운영된다면 그것은 세상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신앙에 대한 배신”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현실 세계에서 진리뿐만 아니라 옳은 것을 선택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그에 따른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희생의 결과가 얼마나 가치 있느냐에 있다. 지금도 광야생활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와이=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805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