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법원, '두 명의 아버지와 한 명의 어머니' 법적 부모로 인정 판결
건사연 2026. 6. 1. 10:31・
기자: 가에타노 마시울로 (Gaetano Masciullo)
등록일: 2026년 5월 13일
이탈리아 항소법원이 한 명의 어머니와 두 명의 '아버지'를 둔 4세 아이의 독일 입양 사실을 합법적인 부모 관계로 인정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이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나온 판결입니다.
2026년 5월 12일, 이탈리아 바리 항소법원은 지난 1월 21일에 내린 결정문을 공개했습니다. 이 결정에 따라 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친아버지의 '남편'이 입양한 독일의 입양 사례가 이탈리아 법률에 따라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을 맡은 파스콰 만프레디 변호사는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은 공동 부모의 새로운 형태를 보호하는 결정이며, 이탈리아 법이나 아이의 최선의 이익과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건의 시작과 독일에서의 입양
이 아이는 2021년 12월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친엄마는 10년 넘게 함께 살며 2019년 독일에서 법적으로 '결혼'한 남성 동성 커플의 오랜 친구였습니다. 아이는 처음에 친엄마와 친아빠의 자녀로 등록되었으나, 2022년 말 베를린 법원이 독일 법에 따라 친아빠의 '남편'이 제기한 입양 신청을 승인했습니다.
2024년 10월, 이 남성들은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에 있는 한 지방자치단체에 독일 법원의 입양 결정을 등록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친아빠가 해외 거주 이탈리아 시민으로 등록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지 당국은 이 상황이 이탈리아와 독일 법에서 모두 금지하고 있는 '비밀 대리모' 가능성이 높다며 등록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공무원들은 아이가 누군가의 부탁을 받아 대리모를 통해 태어났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탈리아 법원의 판단과 근거
그러나 항소법원 판사들은 독일 법원과 사회복지기관의 서류를 검토한 뒤 지자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베를린의 사회복지사들은 2022년 10월 10일 가정을 방문한 뒤 "두 남성 모두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해왔으며, 매일 아이를 돌보고 교육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판사들은 또한 친엄마가 입양에 동의했으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두 남성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판사들은 아이가 친엄마 및 외가 쪽 형제들과 계속 만나고 있으며, 두 집안의 관계가 매우 따뜻하고 다정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독일 사회복지사들 역시 아이가 매우 평온한 상태이며, 친아빠와 그 남편의 양육 태도가 세심하고 적절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외국 법원의 가족법 판결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이탈리아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내려졌습니다. 항소법원은 대리모 계약이 존재하지 않고 '국제적인 공공질서'를 해치지 않는다면, 동성 커플이 관련된 외국의 입양 결정을 이탈리아에서도 인정할 수 있다는 선례를 인용했습니다.
변화하는 이탈리아 사회와 법적 한계
현재 이탈리아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나 부모의 개념, 그리고 생명윤리에 있어서 점차 서구의 법적·문화적 기준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은 현 정부가 승인한 법률 때문이 아니라 항소법원, 유럽의 법적 원칙, 국제사법, 그리고 해외에서 이미 공식화된 가족 형태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려는 사법부의 움직임이 맞물려 나온 결과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는 진보적인 인류학적 변화에 반대하는 정부라 하더라도, 국경을 넘어선 법적 선례와 사법부의 독립된 권한 앞에서는 제도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흐름은 과거 미국이나 서유럽 일부 지역에서 일어났던 변화와 비슷합니다. 당시에도 대다수 국민의 합의나 입법부의 법 제정이 없었음에도, 사법부의 판결을 통해 새로운 법적 개념들이 점차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전통적 가족관과의 충돌
이탈리아 법원은 국내외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 형태를 인정할 때 헌법적 원칙과 유럽의 판례, 그리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라는 기준을 자주 사용합니다. 비록 이탈리아 법이 대리모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이 같은 복잡한 사건들을 단지 대리모 문제 하나로만 취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이번 판결은 대리모 문제를 떠나 인류학적, 도덕적으로 깊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가톨릭 가르침은 어머니와 아버지를 단순히 사회적, 감정적 역할로 보지 않습니다. 자연에 뿌리를 둔 현실이자, 남녀의 성적 보완성과 결혼의 출산 목적에 따른 전통적인 질서로 여깁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일상적인 경험을 통해 아빠와 엄마라는 두 가지 상호 보완적인 모델을 본능적으로 인식하며, 이는 아이의 정서적·심리적 발달에 모두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통적인 시각입니다. 남녀의 안정적인 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족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 결국 아이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는 많은 심리적 불안정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